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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여다보기_자연을 테마로 한 전시들(대구예술발전소 대구-파리 교류전 & 갤러리분도 김희선 개인전)

로만 베르니니作 ‘Answering The Sun'(2020) Courtesy of HdM GALLERY and Romain Bernini

자연으로 

돌아가다

자연을 테마로 한 전시들

 

대구예술발전소 대구-파리 교류展 ‘The blue bird’ 출품작_배종헌 作

팬데믹의 시작과 끝에는 ‘환경 문제’가 있다. 환경의 파괴는 팬데믹 사태를 불러왔고, 팬데믹 상황은 환경 문제를 가장 시급한 전 지구적 현안으로 끌어올렸다. 동시대 미술은 이 같은 문제의식을 빠르게 작품에 옮겨 담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지역에서도 자연을 테마로 한 굵직한 전시들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중이다. 아주 개인적인 사건에서부터 지구 반대편에서 들려주는 자연에 대한 이야기까지, 동시대미술이 주목하는 자연이라는 테마를 전시를 통해 살펴본다.

대구예술발전소 대구-파리 교류展 ‘The blue bird’

· 일정: 9월 6일(화)~10월 16일(일)
· 장소: 대구예술발전소 2전시실
· 문의: 053)430-1214

김유정 作, 수잔 허스키 作

환경 이슈는 가장 시급한 전 지구적 현안이다. 대구예술발전소는 프랑스와 국내 작가들이 ‘자연과 동물’에 대한 테마를 미술적으로 풀어내는 동시대 미술 현장을 전시장으로 옮겨오는 전시를 개최한다.

대구-파리 국제교류전 ‘The blue bird’는 프랑스 파리 큐레이터 프랑수아즈 독끼에르(Francoise Docquiert)와 대구예술발전소 강효연 감독이 공동으로 기획을 맡아 양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을 통해 동시대 미술 경향을 살펴보는 해외 교류전이다.

강효연 예술감독은 “지금까지 아트페어나 공립 기관의 기획전에서 다뤄지는 작가들은 이미 과거에 작업을 인정받아 역사적으로 기록된 작품들이 대다수다. 대구예술발전소는 발전소라는 정체성을 토대로, ‘지금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

고 있는 국내외 작가들의 활동을 통해 오늘날 마주하고 있는 시대 상황을 읽어내고, 미술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꾸몄다.”고 말했다.

 

두 감독은 지금 동시대 미술에서 주목하고 있는 키워드로 ‘자연과 동물’을 선정했다. 전 세계가 공통으로 인지하고 있는 커다란 문제 의식을 미학적 시선으로 어떻게 환기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전시에는 추록 히리에치(Chourouk HRIECH), 로만 베르니니(Romain Bernini), 에디 뒤비엔(Edi Dubien), 수잔 허스키(Suzanne Husky) 등 4명의 프랑스 작가와 배종헌, 김유정, 박승원, 권효정, 장미 등 5명의 국내 작가를 초대한다. 이들은 자연을 탐험하고, 관찰하고, 무대에 올리고, 목록을 작성하고, 그 가운데 일어난 변형이나 위험에 주목한다. 이처럼 모든 상태에서 자연을 추적한 결과물들은 페인팅, 사진, 드로잉, 영상, 설치, 무대화 등 다양한 매체의 범위에서 각자의 표현 방법으로 자연과 동물을 형상화 한다. 자연에 대한 유럽과 동아시아의 인식 체계가 다른 만큼, 전시 섹션은 따로 구획하지 않아도 두 대륙 간의 차이가 선명히 드러나 이를 비교 감상해 보는 재미가 있다.

독끼에르 감독과 두 명의 작가는 작품을 설치, 제작하기 위해 대구예술발전소에 10여 일간 머물며 현장에서 직접 작업을 하기도 했다. 전시장 벽면을 활용한 공간 연출과 라이브 페인팅이 도드라지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전통적인 기법을 활용한 3m에 달하는 거대한 카펫 작품과 영상과 회화가 연결되어 유기적으로 확장되는 작품 등이 출품된다. 이에 비해 국내 작가들의 작품은 새로운 매체를 더욱 다채롭게 활용하고, 자연뿐만 아니라 복잡하게 얽힌 인간, 사회와의 관계성, 그리고 작가만의 사유를 진지하게 담아내는 특징적인 작품들이 다수다. 대표적으로 배종헌 작가는 개미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숲속 마을 로컬 뉴스’를 제작해 급변하는 자연 현상과 위기 의식을 영상으로 위트 있게 담았다. 권효정은 파이프를 이용해 인공 수로를 설계하고, 관객을 위해 동화 같은 무대를 제작한 장미 작가의 작업도 이색적이다.

전시에 앞서 8월 31일에는 독끼에르 감독이 ‘프랑스 문화정책이 미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강연도 마련됐다.

전시의 제목은 벨기에 시인이자 극작가인 모리스 마테를링크가 쓴 희곡 『파랑새』에서 차용했다. 오랜 시간 파랑새를 찾아다녔지만, 결국 파랑새는 자신의 집 새장에 있었다는 이야기는 자본주의 시대에 우리의 방향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예술로 구현한 새로운 야생의 풍경은 욕망이 낸 길에서 잠시 멈춰서 진정한 행복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갤러리분도
김희선 개인展 ‘Reconnecting’

· 일정: 9월 19일(월)~10월 8일(토)
· 장소: 갤러리분도
· 문의: 053)426-5615

김유정 作, 수잔 허스키 作

작년, 나뭇가지들이 방해된다는 이웃의 불평으로 과한 가치지기 작업을 해야만 했다. 심하게 훼손된 정원수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너졌고 후유증이 오래갔다. 나무도 맹렬히 가지의 복원을 위해 전력투구하는지 올해는 열매를 전혀 맺지 않았다. 자연, 그리고 생명체가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할 것이다.’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김희선이 자신이 겪은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자연’에 관해 사유한 신작을 갤러리분도에서 선보인다. 김 작가는 2005년 독일에서 귀국 후 국내 화단에서 선구적으로 최첨단 ICT를 접목한 뉴미디어아트를 선보였고, 뉴미디어아트 분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아르스 엘렉트로니카’(오스트리아 린츠)에서 명예상을 수상하며 크게 주목받았다. 이후 기술적 실험에서 감성적인 영역으로 중심을 옮겨 관람자와 교감하고 소통하는 인터렉티브 작업에 몰두하며 진지한 작업 행보를 이어갔다. 그의 작업은 자신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삶을 주의 깊이 관찰하여 개인적이고도 사소한 이야기로부터 출발하는데,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그와 연루된 국가, 정치, 사회, 환경문제 등을 심도 있게 다뤄내며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한다.

‘Reconnecting’이라 이름한 이번 신작은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사였던 ‘인간-자연-기술’의 상호연관성을 탐구하는 시리즈의 일부다. 작가는 “훼손되어가는 자연환경, 그리고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에 골몰했다. 이러한 메시지를 잘 나타내기 위해 최첨단 ICT보다는 가장 기본적인 메카닉 요소, 즉 센서만을 써서 보다 감성적인 방식으로 관람자들과 함께 작품 속에서 공감하고 소통을 나눌 수 있도록 설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서면 땅에 누워 나뭇가지를 바라본 시점을 드로잉 한 검은 회화 ‘우러러보기’가 관람자를 맞이한다. 이어 관람객이 전시장 안으로 진입하면 두 그룹으로 나뉜 15개의 스네어 드럼이 놓인 광경을 맞닥뜨린다. 드럼 위에는 작가가 마당에서 직접 주운 가느다란 호두나무 가지들이 놓여있다. 센서를 통해 감지한 관람객의 발걸음에 맞춰 호두나무 가지가 북을 두드리고, 북들은 관람이 끝날 때까지 각기 다른 템포로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자연을 훼손하는 인간을 향한 경고음일까. 쿵쿵대는 소리를 지나 다다른 종착점에는 황금빛으로 두른 나무조각이 서 있다. 이렇게 가지치기로 시작된 사소한 이야기는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훼손된 자연 생태계와 생명이 스스로 균형 상태로 원상 복구하려는 자정능력(自淨能力)마저 망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은유한다.


글|김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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