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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이미지와 글씨의 만남…갤러리분도, 정병국 개인전
정병국, 立春大吉 Good Luck in Spring, Acrylic on Canvas, 259x194cm, 2000.

미발표작 11점 전시…30일까지

갤러리분도(대구 중구 동덕로 36-15)가 푸른 회화로 한국 미술계에 강력한 인상을 남겨온 정병국의 기획 초대전 ‘이미지, 글씨’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간 여러 전시를 통해 알려진 그림에서 벗어나, 발표하지 않았던 11점을 선별해 꺼내보인다.

전시장 2층에 들어서면 세로 2m 크기의 대작 ‘입춘대길(入春大吉)’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짙은 푸른색의 배경, 검은 실루엣의 풀이 무성한 가운데 앉은 중성적 이미지의 인물, 옆에 놓인 과일 바구니에서는 자유로운 필치가 느껴지는 반면, 오른쪽 위에 해서체로 쓰인 글씨에서는 단단하고 확고한 의지가 느껴진다.

이처럼 이미지와 무관한 글씨의 관계를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화면은 작가에게 즐거움을, 관람객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한다.

전시장 3층에는 두 개의 화폭을 붙인 가로 5m 대작 ‘Black, Red’가 눈에 띈다. 마치 영화 스크린 같은 거대한 화면의 왼쪽에는 정면을 응시하며 담담한 모습의 여인이 흑백으로 그려져있고, 오른쪽에는 빨간색으로 쓰인 역동적인 서체가 쓰여져있어 대비를 이룬다.

이외에도 먼지가 흩뿌려진 공간과 시간을 헤치고 나오는 듯한 중년 남성의 굳게 다문 입의 비장한 모습의 이미지, 공판화 기법으로 새겨진 ‘DREAM 1987 JUNG’ 글씨가 합쳐진 작품 ‘Dream’, 축구공과 여인, 비너스 석고상 등의 이미지와 서체가 만난 작품 등 그의 다양한 작업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정수진 갤러리분도 큐레이터는 “작가는 일상 속에서 경험했던 일들을 깊은 사유와 되새김을 통해 인물과 사물,배경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 재조합해 그림을 그린다”며 “이번 작품들은 글씨가 더해지면서 새로운 회화를 보여준다. 인간에게 선과 악이 함께 있듯, 동질성이 없는 개체를 교차함으로써 고유의 형태들이 어우러져 독창적인 화면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전시는 30일까지. 053-426-5615.


매일신문 이연정 기자 lyj@imaeil.com

갤러리분도 전시장 전경. 갤러리분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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