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흠 작가는 작품의 재료와 작업장식에서부터 기존 관념을 파괴한다. 재료가 물감이나 캔버스가 아니다. 붓으로 채색하지도 않는다. 건물 바닥 마감재로 쓰는 레진 몰탈이 주재료다. 바로 이 건축용 레진몰탈로 개념화되지 않은 색의 비경(秘境)을 탐구하는 최 작가의 개인전이 갤러리분도에서 열리고 있다.
‘물감(物監)을 풀다’로 이름지어진 이번 전시에서 최 작가는 갓 출시한 대형 평면TV의 화면처럼 오묘한 색상과 손자국 하나 없는 매끄러운 질감으로 보는 이에게 압도적 느낌을 주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 나온 최 작가의 작품들은 전작과는 다른 몇몇 변화가 눈에 띈다. 전작들보다 작품의 투명도가 높고 변화가 뚜렷하다. 빛의 파장을 색으로 응집하면서 진화하는 작가의 신작들이라 할 수 있다.
전작들은 불투명하고 단단한 표면위에 색을 입히는 방식이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다르다. 우선, 레진몰탈을 투명하게 사용했다. 그래서 내부가 보인다.지지체도 나무가 아닌 아크릴이다.또 전통적 채색기법인 배채법(背彩法)을 응용해, 아크릴 틀을 뒤집어 안쪽에도 레진몰탈을 채웠다. 사각의 틀 가장자리에 조성한 틈에도 레진몰탈을 넣었다. 이때 정면과 안쪽 면의 색상과 틈새의 색상에 차이가 생긴다. 그 미세한 차이가 작품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작품을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일체의 부정성이 제거된 매끈한 정면과 달리 추방해야 할 부정적 요소로 구성된 측면은 레진몰탈이 겹쳐진 자국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대부분 작가들은 정면의 완성도에만 신경쓰지 측면은 신경쓰지 아노는다. 최상흠 작가는 바로 이 측면을 가감없이 노출하여 작품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갤러리분도 관계자는 “최상흠의 작품은 장구한 색의 투쟁사를 배면에 깔면서 오묘한 색의 비경으로 도약한다. 관습적 작업매체에서 벗어나기, 지지체 측면 자국의 부정성 노출, 개념화되지 않은 색채 탐구 등은 작가가 미술사 안팎의 경계에서 작품세계를 모색하고 구축하고 있음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최상흠 작가의 열두 번째 갤러리분도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10월18일까지 계속된다. 문의:053-426-5615
송태섭 기자 tssong@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