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득 작가
1세대 패션 디자이너 고(B) 박동준 선생의 뜻을 잇기 위해 설립된 (사)박동준기념사업회는, 박 선생이 운영 하던 갤러리 분도와 특별한 인연을 맺었던 작가를 매년 초대하는 ‘오마주 투(Homage to) 박동준’ 기획전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초대 작가는 전통 수묵화를 가장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화가로 알려진 김호득(1950~)
작가다.
대구 출신인 김호득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뒤, 영남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하 는 한편 50여 년간 전통과 현대, 평면과 입체,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폭넓은 작업을 펼쳐왔다. 전통 적인 수묵 기법을 바탕으로 하되, 설치•영상•퍼포먼스 등 현대적 조형 언어를 접목해 동양화의 지평을 확장해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교수 정년 퇴임 후 경기도 산골 작업실에서 창작에 전념하던 그는 지병 악화로 한동안 활동을 중단했으나, 6 년 여의 공백을 깨고 올해 초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그가 오랜 인연을 이어온 대구 갤러리 분 도에서 10년 만에 여는 개인전이다.
김호득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신작 ‘폭포’ 시리즈(2025)를 선보인다. 1990년대 전국 화단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폭포’ 연작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들이다. 과거에는 먹과 여백만으로 거침없이 쏟아지는 물줄기를 표현 했다면, 새 시리즈는 광목천 위에 몇 개의 획만이 툭툭 놓여 있다. 격렬히 떨어지던 물이 잦아들고, 마침내 대 자연 속으로 스며든 듯한 장면이다. 생명의 근원적 기운만을 남긴 화면에는 격정 대신 깊은 성찰이 깃들어 있 다.
갤러리 분도 정수진 큐레이터는 “투병과 공백의 시간을 거친 김호 작가의 이번 작업은, 삶을 달관한 태도와 내면의 고요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박동준 선생을 향한 예술적 헌사이자 대구 미술계에 귀중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글, 사진 | 이효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