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 162x260cm, 광목에 먹, 2025
Homage to 박동준_김호득
우리 화단에 화가 김호득을 각인시켰던 1990년대 <폭포> 연작, 때로는 4m가 넘는 수직적인 화면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은 화가 자신을 광폭하게 소유해 버린 듯 했다. 화면에서 분출하는 에너지는 수묵화의 의고주의를 거부하는 화가의 격렬한 몸짓을 반영했다. 한편, 2025년 <폭포> 연작에는 최근 10년 세월의 작가적 고뇌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측량할 길 없는 근원적 생명력의 본질만을 추출한 몇 개의 필획이 광목천 위로 툭툭 던져져 있을 뿐인데도 장쾌한 폭포수의 정수는 한층 더 생생하게 드러난다.
이번 작품에서는 화가와 화면 간 즉각적·본능적·직관적 상호침투의 현장이 농묵의 필획에 결정(結晶)돼 있다. 바닥에 둔 광목천을 마주하고 붓을 담글 통에 먹을 따르는 짧은 시간, 즉 순간/영원의 화살이 팽팽히 당겨진 찰나, 화면 위로 내리꽂힐 모든 것이 결정돼 버린다.
김호득은 1950년 대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부터 서울로 상경하여 서울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다. 1975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후 1985년에 동 대학원 동양화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같은 해 국립현대미술관의 기획 단체전 동양화 부문에 초대받아 작품을 선보였다. 이듬해인 1986년에는 관훈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이후 금호미술관, 일민미술관, 조선일보미술관, 학고재, 갤러리분도 등에서 총 37여 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 아르코미술관 등 국내 대표적 미술 기관과 파리 소르본성당, 베이징 중국미술관, 프라하국립미술관 등 다양한 해외 기관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가하기도 했다. 제15회 이중섭 미술상(2004), 제4회 김수근 문화상 미술상(1993) 등을 수상고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등 국내 유수의 미술 기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