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시간 : am 10:30– pm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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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into Light

2022. 7월 4일 - 2022. 7월 23일

커먼 미니멀리즘에 부쳐(On Common Minimalism)

작가 나이 차는 이십년이 되지만, 그 시간 보다 훨씬 오래 동안 함께 알고 지낸 아티스트, 박영훈과 이지송이 같이 전시를 한다. <커먼 미니멀리즘>이란 제목으로 진행하는 2인전이다. 두 아티스트의 오랜 인연도 인연이지만, 각자 살아가고 작업하는 과정에서 겹쳐지는
어떤 지점은 둘의 인연을 뛰어넘는 시대적 감각이랄까, 아니면 예술에 대한 열망이
만들어 낸 틈이랄까 하는 게 있다. 나 역시 10년 가까이 두 분을 지켜보면서 직 간접으로 둘이 예술에대한 입장이나 정념, 태도를 보고 듣고 겪으면서 그들에게 형성된 감정이나 선입견, 나아가 그들의 작업에 대한 약간의 비평적 개입이나 판단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서울에서 태어난 이지송은 미술대학 서양화를 전공하고 장교로 군대를 마쳤다. 제대 직후 어수선하고 어정쩡한 시기에 어느 선배의 요청에 따라 광고 일을 돕다가, 그야말로 어쩌다가 광고감독 노릇을
한 30년간 했다. 광고계에서 은퇴하고, 열망하던 작품 활동을 하기 위해서 광고로 “찌든 때”를 벗겨 내기 위해서 한 10년을 세상을 떠돌면서 결의를 다지고 마음을 새롭게 했다. “어쩌다가” 들어선 여정을 빠져나오는 길은 꽤 지난했다. 새롭게 예술가가 되려는 의식을 스스로 치렀다.
순수 미술과 광고 사이에 그어진 경계선을 넘기 위해 긴 시간을 준비하고 모색하며 행동했다. 2012년 부산 비엔날레 특별전에 “세탁, 삶의 색”이란 작품으로 참여한 이래 본격적으로
그 경계를 넘어서 수많은 그룹전과 개인전을 치렀다.

대구에서 태어난 박영훈은 어릴 때부터 운명처럼 다가온 미술을 하기 위해 디자인을 전공했다. 대학에서 응용미술을, 대학원에서는 멀티미디어를 전공했다. 디자이너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회사도 운영하고, 대학에서 디자인 교수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개인전을 치렀다.
디자인과 미술 사이에 그어진 경계를 엄격하게 지키며, 두 세계를 분리해서 디자이너로서 또 아티스트로 작업하고 전시하며 활동했다.
마치 디자이너로서 역할이 충실하면 충실할수록 아티스트로서의 자신의 영역이 확보되는 듯이 두 영역을 분열적으로 넘나들었다.

이지송은 실존적 단절을 통해서 새로 태어나듯이 아티스트가 되었고, 박영훈은 분열적 단절을 통해서 자기를 보호하면서 아티스트가 되었다. 단절이야말로 두 아티스트를 규정하는 공통어다. 어렵게 넘어오고, 평생을 걸고 지켜온 미술이기에 때로는 두 아티스트에게 무의식적으라도 미술은 대단하고 심오해서 함부로 말하거나 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듯이 대하기도 했다. 과거에 있었던 세계가 이미 저 너머에 있고, 저 너머에 있던 세계 속에 벌써 들어선 지 오래전인데도 과거의 흔적을 여전히 의식하기도 한다.
이미 유지해야 할 세계와 지켜야 할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져서 그냥 오연하게 걸어가면 되는 길인데도 그 길이 어긋나거나 훼손 될까봐 걱정하기도 하고 부끄러워하기도 하며 긴장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양파 같은 그 속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견고한 것까지도 더 없이 아티스트인 두 사람이 머뭇거림을 떨치고 스스로의 지난 여정을 찬찬하게 펼쳐 보이는
“커먼 미니멀리즘”을 이렇게 전시한다.

– 미술평론 김웅기

<Black into Light> 블랙 인투 라이트

박영훈이 검은 입자가 물질성이 무화되며 빛으로 변하는 지점에서 스스로 미술의 의미를 드러내듯이, 이지송은 역으로 빛에서 물질로 되돌리는 과정에서 미술의 의미를 새롭게 탐색하고 있다.

첫 번째 2인전이 감각에 바탕을 둔 미니멀리스트로의 공통의 작가적 태도를 보여주었다면, 이번 전시는 각자의 작품으로 원인과 결과를 뒤바꿔서 드러나는 차이를 보여준다. “블랙에서 빛으로”와 “빛에서 블랙으로”가 화이트 큐브 안에 펼쳐져 있다.

화이트 벽면에 붙은 박영훈의 평면 작업은 왜 색이 기본적으로 빛에서 나오는지 명명증하게 보여준다. 형광의 텍스타일이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하고 관능적으로 시선을 끌어당기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무수히 많은 점들이 반복적으로 나열되어 있다. 확대된 망점처럼 보이는 이런 입체적 점들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점들의 간격이 흐릿해지면서 몽롱해지는데, 점들이 겹치면서 움직이는 느낌이 들며 신체의 감각을 홀린다. 작품은 환영이 일어나면서 색과 입체가 빛으로 변하는 경험을 보는 사람에게 부여하며 이 빛 속에서 여타 감각은 해체되고 마비된다.

바닥에 놓여 있는, 불투명한 텍스타일로 뭔가를 둘러싸고 담은 자루 같은 입체작품은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는 하나의 덩어리로 보인다. 랩핑을 하고 있는 텍스타일 자체가 벽에 걸린 텍스타일과 반대로 빛을 발산하는 게 아니라 빛을 흡수하여서 그 랩핑한 자루 속은 빛을 가두고 있는 환영을 만든다.

박영훈의 작품이 빛으로 사람을 유혹한다면 이지송의 작품은 영상의 유혹으로부터 사람들을 깨어나게 한다. 지난 이십여년간 길 위를 떠돌면서 영상으로 채집하여 제작한 작품들을 해체하고 형식화시켜 제작한 3점의 영상 작품들을 설치한다. 지금까지 제작한 영상 작품들을 이번 작품의 재료나 소재로 삼아 작가 스스로 작품을 무화시키고 폐기하고 있다. 이 과정은 작가가 작품 바깥에 서서 자기 작품 제작의 과정을 내려다보는 일련의 수행처럼 느껴진다. 모든 색을 섞으면 검은색이 되듯이, 자신의 모든 영상을 하나의 영상 속에 차곡차곡 쌓고 연결할수록 마치 영상의 초기화된 상태이자 텍스트 버전처럼 느껴진다. 말레비치가 야심차게 제작한 검은색 사각형이 모든 미술의 원점에서 새로 시작하려는 열망을 담아내듯이 이지송은 여태껏 제작하고 전시해온 자신의 작품을 정리하여 새롭게 출발하려는 결의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

<Black into Light>의 작품들이 만들어내는 조응은 우리의 신체 ‘눈’이 어둠이나 밝음에 차차 적응하는 감각을 상기한다. 박영훈의 “블랙에서 빛으로”의 사유의 과정과 이지송의 “빛에서 블랙으로” 나아가는 수행의 과정은 원인과 결과를 뒤바꿔서 드러냄과 동시에 두 작가의 작품 세계관이 서로 어긋나면서 부합하는 새로운 조응의 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박영훈 · 이지송 2인전, <Black into Light>는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Common Minimalism> 전시의 연장선에 있다. 서울, 대구, 부산 그리고 다시 서울로 연결되는 아트로드쇼의 2번째 전시이다.

이지송 Easysong

1946년생

홍익대학 서양화과를 졸업
20여년 CF 감독으로 근무
2012년 전주 국제 영화제 단편 영화 부문 초청상영 <1/75″>
2012년 부산 비엔날레 특별전 초대 <1/75”><laundry;삶의 색=””>
2014년 11월 아트센터 나비 초대 영상전 <안녕>
2016년 2월 Wesleyan University 초대전 •외, 개인전 및 단체전 20여회</laundry;삶의>

이지송은
홍익대학에서 서양화 전공했다.
오랜동안 cf 감독으로 활동했다.
2010년 부터 절집의 동 ‘안거’를 ‘외거’로 바꿔 집 바깥세상을 만나기 위해 홀로 여행을 떠나 스마트 폰 속에 내장된 최소형 카메라로 영상을 기록하고 체집한다.
2011년 미대륙횡단 여행중 체집한 <1/75’>로 2012년 전주국제영화제 단편영화부문에 초청되었고 같은해 부산비엔날레 특별전에 <1/75’><laundry;삶의 색=””>이 초대되어 영상작가로 데뷰했다.
이후 매년 ‘외거’여행을 통해 체취한 영상으로 개인전과 그룹전을 하고 있다.</laundry;삶의>

박영훈

1965년 대구생

한양대학교 응용미술학과 학사 졸업
프렛 멀티미디어 전공 석사 졸업

2022 갤러리 팔레 드 서울 특별초대 개인전, 서울
2021 프린트베이커리 잠실롯데월드타워점 5층 특별초대 개인전, 서울
2021 갤러리마리 특별초대 개인전, 서울
2020 RXART, 뉴욕
2018 관훈갤러리 초대 개인전, 서울
2017 전주소리축제 미술관 미술총감독 및 전시, 전주
2016 페이스북 신축공간 미술 총감독 및 영구전시, 서울
2014 관훈갤럴리 초대 개인전, 서울
2013 서정욱갤러리 초대 개인전, 서울
2012 허만밀러갤러리 초대 개인전, 서울
CSY갤러리 초대개인전, 서울
2009 봉산문화회관 갤러리 개인전, 대구 외 10회 등



EXHIBITION INFO
  • Artist :이지송, 박영훈
  • Date : 2022. 7월 4일 - 2022. 7월 23일
  • Location :Gallery BU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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