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시간 : am 10:30– pm 6:00
Go to all Exhibitions

KIM, Hyun-Suk

2023. 9월 4일 - 2023. 9월 23일

겔러리분도_김현석- Untitled 80.3×116.8cm conte on canvas

1. 균질하게 단색으로 마감된 화면 위로 일정한 굵기의 선들이 얽혀있다. 이 선들은 둥근 원형의 형상에서 풀려나와 유연하고 신속한 흐름을 유지하면서 뻗어나가고 있는 형국을 연출하고 있다. 테이핑을 해서 만든, 그린 선은 배경에서 빠져나와 어디론가 질주하는가 하면 마구 엉켜 있다.
실을 연상시키는 선은 그 무엇인가를 은유한다. 굴곡이 심한 마음의 상태이거나 복잡하게 연결된 인간관계 혹은 무수한 시간의 지층 아래 잠겨있는 감정의 결들 내지 몸에서 분출되는 여러 내면의 상태를 지시하는가 하면 눈에서 흘러내리는 억누를 수 없는 눈물이기도 할 것이다. 동시에 이는 전적으로 경쾌하게 미끄러지는 선의 맛으로 충만하다. 유기적인 선들은 원형의 상태에서 빠져나와 힘껏 중심에서 이탈해 나가면서 흥미로운 선의 궤적을 운율적으로 만들어나간다. 주어진 사각형의 화면 안에서 이루어지는 선의 흐름은 회화의 조건을 부단히 의식시키는 편이다.
선은 사각형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고 주어진 한계 안에서 그림을 만들어 보인다. 동시에 엄청난 운동력과 기운으로 그 틀을 요동치게 만든다. 한편 표면에서 선이 밀고 올라오는 듯한 연출을 보여주는데 이는 형상과 배경의 이원적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배경과 분리되기보다는 그로부터 밀착되어 밀려 나오는 듯한 상황을 안겨준다. 화면 내부에서 실/선을 배출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표면에 남겨진 깊이/공간이 화면을 용기처럼 다루고 있다는 인상도 준다. 이것은 물감을 흠뻑 먹인 화면을 만들고 그 위에 실을 얹혀 놓은 다른 작업에서 보다 두드러진다.
블랙과 레드 등 단색의 색면을 뒤로 하고 그 위에서 춤을 추듯이 이동하는, 출렁이는 선들은 여러 레이어를 만들면서 복잡하고 기세 있는 선의 몸을 단호하게 만들고 확고하게 새기고 있다. 종이테이프가 얹혀지면서 만든 이 선은 화면의 피부에 예민한 상태로 올라와 있다. 그리고 저부조의 선들은 촉각적인 감각을 그물처럼 펼쳐놓는다. 선의 교차와 겹침에 의해 피부에 얇게 패인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균질한 표면으로 보이는 화면에 미세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실제로 실타래에서 풀려나온 선들은 자립하지 못하고 중력의 법칙에 의해 아래로 처지거나 드러눕는데 반해 이 그림에서의 선들은 표면에서 굳건하고 강직한 실/선을 응고시켜 놓은 상태가 되었다.
시간이 정지되어 있는 존재의 한 순간이 연상되기도 한다. 가볍고 흔들리는 실들이 그림 안에서는 좁은 띠 혹은 테이프 자체가 되어 견고하게 부착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실/선의 존재감이나 실존성도 강하게 어필되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실/선은 작가의 실존을 대리하고 자기감정이나 마음의 결. 눈물의 여러 경로를 누수하면서 진행되고 있다.

2. 작가의 또 다른 근작은 색면 추상에 유사한 화면과 그 화면의 중심부에 박음질로 고정된, 뜨개질로 만든 실의 물질성이 강조되어 그 오브제가 매달려 있는 작품이다.
이 작업은 앞서 언급한 드로잉과는 차이를 지니고 있다. 우선 린넨의 캔버스 자체가 두툼한 두께를 지닌 쿠션의 지지체로 바뀌었다. 따라서 화면 자체가 물리적인 부피감을 지니며 팽창되어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고 그만큼 부풀어 오른 천의 오브제성이 강하게 인지된다. 캔버스 자체가 용기가 되어 물감을 흡수하고 빨아들인 어떤 상태성을 암시하는 화면이다. 린넨이 지닌 질감과 색채를 작가는 즐겨 다루는데 따라서 약간의 굵기를 지닌 올과 천 자체의 색감에서 연유하는 부드럽고 자연적인 맛을 중시한다는 생각이다. 린넨의 색감과 질감은 그 위에 스며들어가는 물감의 상태와 긴밀히 연동된다.
작가는 린넨의 화면 위로, 안으로 수십 번의 칠을 통해 물감을 서서히 스며들게 한다. 선염기법으로 형성된 색은 화면 전체를 은은하게 적시기도 하고 수평의 띠처럼 밀고 나간 붓의 궤적에 의해 결을 만들기도 하고 바탕 위에 또 다른 색의 얼룩들이 부유하는 형국을 만들기도 한다. ‘발색과 감정이 좋은 느낌’을 주는 색, 색의 상태를 작가는 선택하고 연출한다. 자연스럽고 포근한 맛이 우러나오는 상황을 중시하는데 이는 작가에 의하면 “폭닥한 느낌”을 자아내는 것이다. ‘폭닥하다’는 ‘포근하다’의 방언이다. 청각적으로는 ‘포근하다’는 표현보다 ‘폭닥하다’가 더 효과적인 수사가 되고 동시에 입가에 맴돈다.
작가는 가능한 기름기가 ‘쏘옥’ 빠진 상태와 느낌을 원하는데 이는 아마도 담백한 것, 담담하고 자연스러운 것 등에 가까운 맛일 것이고 이는 우리 전통미술과 연계되어 한국적인 현대미술을 추구하려는 일련의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모종의 상태, 감각과 연결되어 있다. 예를들어 김환기, 윤형근의 일련의 추상 작업 역시 담백하고 푸근한 맛, 자연스러운 상태를 동경하면서 이루어진 것이기도 하다. 린넨 천이 지닌 자체의 색감과 질감, 그리고 그 위로 홍건하게 차오르는 물감/색은 폭닥한 느낌을 자아내는 상황 연출에 겨냥되어 있다. 동시에 작가는 색으로 물든 추상의 화면 위에 구체적인 물질인 실을 뜨개질하고 박음질했다. 일정한 매듭을 지으며 아래로 내려오는 실은 화면을 채우고 있는, 따라서 화면과 분리될 수 없는 색채들과는 달리 화면 위에 존재하지만 풀어진 실들은 바람이나 공기의 흐름에 의해 유동적인 존재가 되어 흔들린다. 뜨개질과 풀려진 실들이 바닥을 향해 드리워진 상황은 화면에 개입하는 외부적 조건, 타자의 영향력을 암시하는 한편 모종의 경계에 자리한 실의 운명을 상상하게 해준다. 실은 바느질로 인해 화면에 붙어있지만 동시에 그 위로 나풀대면서 흔들리는 실의 오브제성을 드러내면서 내, 외부의 경계에 자리한 실의 운명을 보여준다. 동시에 그 실은 눅눅한 배경을 등지고 빠져나와 하나의 실존적 몸, 또는 그 몸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이 되기도 한다. 두툼한 볼륨을 지닌, 덩어리의 표면에 부착된 실은 여러 가지 색채와 형태를 뼈마디처럼 간직하면서 바닥을 향해 내려오고 있다. 이는 습성의 생성적인 화면과 연동되고 맞물리면서 살아있는 존재가 되어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는 것이다. 눈물이 되어 흘러내리는 것이다.

–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

서옥순  Ok-Soon Seo

1965년생
1985.3~1990.2   계명대학교 미술대학교 서양화학과 졸업
1996.4~2004.7   독일 브라운슈바익 국립조형예술대학 학_석사 졸업

 

주요개인전

2023   
경계에 서 있는 실/선-오마쥬박동준 서옥순, 갤러리분도, 대구, 한국
2020 ..시간이 멈춘,
           존재의 상상 속을 거닐다. 을 갤러리 초대전, 대구, 한국
2019   중년작가전-눈물, 대구문화예술회관, 한국
2018   눈물(The tear); 기억공작소-봉산문화회관, 대구, 한국
2017   이미지와 질료(Image Materielle); 아트 스페이스 펄, 초대전 대구, 한국
2014   존재(Existenz); 아트 스페이스 펄 초대전, 대구, 한국
2012   존재(Existenz); AA갤러리 초대전, 대구, 한국
2010   존재(Existenz); 갤러리 전 초대전, 대구, 한국
2007   존재(Existenz); 분도갤러리 초대전, 대구, 한국
2006   Existenz전 쉐닝엔 쿤스트 페어아인, 독일
2005   존재(Existenz); 대구카톨릭 대학교 예술학과 기획전 동제미술관, 대구, 한국
2005   존재(Existenz); Dusan New Artist Festival 두산 아트센터, 대구, 한국
2002   존재(Existenz); 독일 국립 조형예술대학(HBK) Projekt실, 브라운슈바이크, 독일

주요단체전

2022   OUTSIDE THE FOREST 밖의 숲. 아트리움 모리, 성주, 한국
2021   six scents전. 아트스페이스 펄, 대구, 한국
2021   그레이트 인물전. 예술발전소, 대구, 한국
2020   MADE IN DAEGU II, 대구미술관, 한국
2020   살롱 데 펄 (Salon de Purl) 아트스페이스 펄 기획 대구, 한국
2019   우연한 만남, 아트스페이스 펄 기획, 대구, 한국
2019   아트제주 2019 제주, 한국
2018   우리시대 여성작가들; 포항시립미술관, 포항, 한국
2018   현대인; 수성아트피아, 대구, 한국
2018   디자인 페스타; 서울-코엑스, 서울, 한국
2018   누가 그녀를 모함했나? Who framed her?; 서교예술실험센터, 서울, 한국
2018   썰전; 아트 스페이스 펄, 대구, 한국
2016   아트스페이스 펄 개관 퍼포먼스; 스페이스 펄, 대구, 한국
2016   삶 해석으로서의 예술 II.(Art as life interpretation); 봉산문화 예술회관, 대구, 한국
2016   서체조형전(Typeface and Artistic Form); 스페이스 펄, 대구, 한국
2016   수창 1946 프로젝트, 창생전(The exhibition of creation); 예술발전소, 전매청 사옥, 대구, 한국
2016   수창 1946 프로젝트, 기억의 공간(Memory space); 예술발전소, 전매청 사옥, 대구, 한국
2016   블루존 프로젝트, 위대한 어머니(The Great Mother); 경북여상 담벼락, 대구, 한국
2015   기억을 그리다 전; 웃는얼굴아트센터(Dalseo culture foundation), 대구, 한국
2014   약동하는 힘, 특별 기획전; 웃는얼굴아트센트, 대구, 한국
2013   아트페어; 아트스페이스 펄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주, 한국
2013   몸의 현재(Body, Being here); 대구미술관, 대구, 한국
2012   유목적 상상(Nomadic Imagination); 한국패션센터, 대구, 한국
2012   결을 느끼다; 경북대학교 미술관, 대구, 한국
2010   창작과 비평- 총체예술의 해석가능성 전; 대안공간 지하, 대구, 한국
2010   The story of spring; 갤러리 G, 대구, 한국
2009   꽃꽃꽃 청도화랑예술제; 갤러리 전, 대구, 한국
2008   Wonderful Life; 두산갤러리, 서울 , 한국
2007   오픈스튜디오 페스티벌; 대구봉산문화예술회관, 대구, 한국
2007   29XX; 한기숙 갤러리, 대구, 한국
2007   무로부터;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한국
2007   Digital Artexmoda; 경북대학교 미술관, 대구, 한국
2007   작업은 미친짓이다; 대안공간, 충정각 개관전, 서울, 한국
2006   NON_DEC_22; BIBI 스페이스, 대전 한국
2006   젊은 작가전; MBC 갤러리M, 대구, 한국
2006   대한민국 청년비엔날레 2006;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한국
2006   Navigate;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한국
2005   서울국제아트페어(KIAF); 맥향화랑, 서울, 한국
2003   “Klick’n zapp”; 시간갤러리, 독일
2002   “Stippvisite”; 하노버 국회의사당, 독일
2002   “Schmuggelware”; 헬름슈테트, 박물관, 독일
2001   “Kunst kommt von Koennen”; 윌첸 미술연합회, 독일
2001   “Zwischenbericht von Junge Kunst im Zweiten”; 브라운슈바익 국립극장, 독일
1998   “Zusammentreffen”; 니더작센주 MMI 아카데미, 독일
그 외 다수의 그룹전

Awards & Grants

2002-2003   독일 창작 후원장학금(DAAD: Deutscher Akademischer Austausch Dienst)
2004   석사학위를 위한 창작 후원장학금(DAAD: 독일학술교류처) 그 외 다수

현: 전업작가

_경상북도 문화융성 자문위원, (2014.3.24-2016.3.23 )
_경상북도 문화콘텐츠 정책포럼위원 (2014.3.26-2015.12.31)
_경상북도 산업디자인육성위원회 위원(2014.1.1-2015.12.31)
_경상북도 건축물 미술작품 심의위원회 위원(2016.8.29-2018.8.28)
_2013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실크로드 탐험대 역사기록작가 I차 및 II차
_계명대학교 외래교수역임(2005~2012)
_대구예술대학교 외래교수역임(2005~2011)

존재와 여백, 그림자의 담론

김현석은 오랜 친구다. 우리는 고교 동기생으로 미술부에서 처음 만나 같은 대학을 다녔고 미술과 인생을 두고 지금까지도 친밀하게 우정을 나누는 사이다.

유신 말기에 대학을 들어갔던 우리는 전두환 집권 초의 몇 해 동안 화실을 공유하며 20대를 보냈다. 1980년 가을까지 학교의 문은 수시로 닫혔고 곤봉과 바리케이드, 장갑차의 벽이 세워질 때마다 좁은 공간에 모여 정상 교육이 멈춰있는 공백을 스스로의 자율학습으로 채웠다. 현실을 성토하며 신동엽과 김수영의 시집을 읽었고 이해도 못하는 철학들을 토론하였으며 미술 정보를 찾아 잡지를 뒤지고 미국문화원을 들락거렸다.

1984년 12월, 김현석은 수화랑에서 황현욱 선생이 기획한 [젊은 세대전]을 통해 작가로 데뷔하였다. ’80년 초부터 내가 현대미술의 선배들과 어울려 활동하는 동안 그는 병역을 이행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어떤 미술로 작가의 길을 나설 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당시 김현석은 동시대를 풍미하고 있던 주변의 모더니스트 미술이나 현실참여 미술, 아카데미즘 그 어디에도 쉽게 마음을 내지 않았다. 나는 그가 잠깐 그렸던 오딜롱 르동 풍의 드로잉과 부산의 송혜수 작가가 [군마도]에서 그렸던 풀린 느낌의 선묘(線描)와 그리다 만듯한 붓질을 좋아해서 그런 작업을 해보라고 은근히 권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보다는 독서와 토론모임을 통해 얻은 나름대로의 관심을 자기 미술로 표출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 하나의 바퀴통에 서른 개의 바퀴살이 모이는데 그 가운데 빈 구멍이 있으므로 수레의 쓸모가 생겨난다.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데 비워진 공간이 있어 그릇의 효용이 있다. 유(有)는 이로움을 위한 것이며 무(無)는 쓰임을 위한 것이다.
(노자 도덕경 11장)

김현석은 도가사상에 관심이 많았다. 세계와 언어, 존재에 대한 우화와 해학은 서양 텍스트에 비해 친숙하여 이해하기가 좋았다. 특히 대상과 공간, 채움과 비움에 대한 노자의 은유는 오랫동안 데생을 통해 미술을 단련해 온 김현석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는 <도덕경>을 필두로 <건축공간과 노자사상>과 같은 책들을 읽으며 존재와 공간에 대해 성찰했고 미니멀아트를 공부하면서 미술의 형식과 의미를 돌아보았다.
그중에서 도널드 저드의 ‘특수한 사물(specific object)’은 김현석이 자기만의 미술을 궁리할 때 도가의 언어와 함께 관심을 둔 명제의 하나였다. ‘작품(대상)을 소통하는 실제의 사건’으로 미술을 상정할 때, 현장에서 발생하는 감각, 지각, 인지행위 모두를 미술의 의미로 주목한 것은 회화와 조각, 신체와 실존의 문제를 소환한다.
이른바 ‘현전(現前)’이나 ‘지각의 조건’이 미술 이슈가 된 것은 결국 현상학 같은 철학 이념이 작가에게 투사된 것인데, 이는 다시 ‘미술의 지성주의’나 ‘철학 가치’로 연결되어 개념미술로 이어졌다. 어쨌든 정치사회적으로 암울했던 그 시절에 우리는 동시대의 현안들을 외면하지 않고 각자의 미술을 갈고 닦았다.

– 물체의 어두운 부분, 물체와 배경 사이의 관계는 오래전부터 나의 관심사였다. 고교 시절 미술실에서 석고 데생이나 연필 스케치를 하면서 나는 눈앞의 세계가 끊임없이 바뀌는 빛과 어둠의 구조에 의해서 형성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반복된 과정을 통해 체득한 것이지만, 그 단순한 트레이닝 과정이 미술의 근본이면서 궁극적인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후 나는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의 의미에 집중하게 되었고 그것들이 쌓여 어느 순간 나의 미술이 되었다.
(김현석 작가노트,2017년)

김현석은 첫 전시 후 수화랑과 태백화랑, 갤러리댓, 인공갤러리, 미술회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거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1990년대까지 각목이나 나뭇가지를 사용한 설치작업이나 크고 작은 사물들을 패널에 붙이고 그림자를 표현한 입체작업들을 발표하였고 2000년 이후에는 나뭇조각이나 철사, 노끈 같은 사소한 재료들을 패널에 붙이고 끼우고 배치해서 그림자와 그림자의 일루전을 그리고 묘사하고 장치해왔다. 그는 그 작업들을 통해 대상과 그림자, 그림자를 그린 드로잉으로 오로지 경험의 익숙함에만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감각을 속이고 교란하며 도발하였다. 이것은 무엇이며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가?‘작가 김현석’이 제출한 것은 빈 것과 채워진 것, 빛과 어둠, 존재와 비존재, 나타남과 숨겨짐 등 언제나 대상을 구분하고 경계를 짓는 인식의 과정에 대한 질문지였다. 그것은 쏟아지는 빛의 판타지 속에서 대상을 분리하고 의식하는 감각의 기원에 대한 각성이며, 의미체계와 세계상을 구축해가는 마음의 구조에 대한 깨달음이며, 마침내 그 일에 가치를 부여하고 레이블을 붙이는 미술의 관습을 성찰하는 고독한 제의(祭儀)며 수행(修行)이었다. 

깨어보니 남가일몽(南柯一夢)이었다는 고사(古事)처럼 우리는 어느새 50년 지기가 되었다. ‘세계와 삶은 하나다’라고 했던 비트겐슈타인의 말대로 미술 또한 삶과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 한다면 김현석에게 미술은, 노자의 비유처럼, 수레바퀴통 가운데의 빈 공간이나 그릇의 여백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드리워진 그림자가 되어 열정과 욕망으로 가득한 인생의 이면과 수고로움을 증거하고 있는 것이다.

2023년 8월,박두영

김현석 KIM, Hyun-Suk


개인전

2023   갤러리분도 (대구)
2021   을갤러리 (대구)
2018   B스페이스 (대구)
2009   봉산문화회관 (대구)
1995   인공갤러리 (대구)
1989   갤러리댓 (대구)

 

그룹전

2019   Since then (시안미술관, 대구)

2017  “대구미술생태보감” (예술발전소, 대구)
            전주소리축제-미디어+현대미술 (전주)

2016   봉산문화회관 기획전 “또 다른 가능성으로부터” (봉산문화회관, 대구)

2015   1537전 (스페이스BAR, 대구)
           1587전 (봉산문화회관, 대구)

2014   6인전 (봉산문화회관, 대구)

1997   TREK-KER전 (인공갤러리, 대구)

1994   대구-1994년전 (문화예술회관, 대구)
           시공갤러리기획 4인전 (시공갤러리, 대구)
           4인전 (인공갤러리, 대구)

1993   인카운터-1993년전 (문화예술회관, 대구)

1992   인카운터-1992년전 (계명대전시장, 대구)
           대구현대미술 14인의 시각전 (문화예술회관, 대구)

1989   인카운터-1989년전 (계명대전시장, 대구)
           30대 작가전 (매일신문전시장, 대구)
           대구독립작가리그전 (태백화랑, 대구)

1988   인카운터-1988/25인전 (시민회관, 대구)
           대구독립작가리그전 (태백화랑, 대구)

1987  ’87-봄전 (태백화랑, 대구)
           서울현대미술제 (미술회관, 대구)
           지각-감각 5인전 (태백화랑, 대구)

1985   10인의 입체작업전 (수화랑, 대구)

1984   젊은세대전 (수화랑,대구)



EXHIBITION INFO
  • Artist :김현석 KIM, Hyun-Suk
  • Date : 2023. 9월 4일 - 2023. 9월 23일
  • Location :Gallery BUNDO

Copyright © gallery Bundo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