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분도는 11일(목)부터 ‘박동준상 2021’ 수상자인 뮌(MIOON)의 전시를 갖는다. 이번 전시에서 뮌은 구조물, 오브제, 텍스트, 사운드, 빛 등으로 구성된 설치작업 ‘픽션 픽션 논픽션-슈비터스와 나’라는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부부작가인 뮌(김민선·최문선)은 홍익대,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 쾰른 미디어아트 아카데미(대학원)를 졸업하고 2001년부터 영상설치작업을 통해 사회·심리적 측면에서 ‘기억’과 ‘극장’이라는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뮌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수용하는 매체에 대한 실험을 영상, 설치, 키네틱 조형물, 관객 참여 인터랙션 프로그램, 사진, 사운드 아트 등 여러 장르를 수용하는 작품을 구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뮌은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미술의 선두에 섰던 ‘다다’ 운동에서 하노버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쿠르트 슈비터스(1887~1948)의 특별한 작품 ‘메르츠바우’로부터 이번 신작의 콘셉트를 잡았다.
‘메르츠바우’는 슈비터스가 건축 공간인 자신의 집 내부 구조 전체를 확장한 작업인데, 1943년 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폭격으로 완전 소실됐으나 1981년 스위스 무대디자이너 페터 미세거가 몇 장의 사진만으로 ‘메르츠바우’를 재현한 적이 있다.
뮌은 이번 작업에서 전시장 바닥에 깔린 거대한 카펫, 수직으로 확장된 금속 피라미드 구조물 3개, 특수 제작된 30여 개의 LED 바, 입체 사운드 등으로 작품을 설치했다. 바닥 카펫은 아트페어같이 안정된 형태로 진행되는 미술의 한 영역을, 그 위에 그려진 형형색색의 그래피티는 거리미술, 즉 하위문화의 한 영역을 상징하며 이 둘의 조합은 두 영역 간 상충하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번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는 텍스트와 사운드 디자인이다. 뮌은 슈비터스의 ‘메르츠바우’와 그것을 재현할 당시 상황을 상상해 각색한 대본을 만들어 배우의 내레이션에 따라 전화벨 소리, 주전자에서 물 끓는 소리와 같은 사운드 효과를 입체적으로 연출하고 있다.
따라서 전시장에서는 와이파이 헤드폰을 끼고 전시공간을 돌아보는 관람자들은 실험적인 연극무대에 있는 듯한 공감각적인 체험을 하게 된다.
패션과 미술상을 격년제로 돌아가며 수여하는 박동준상은 수상작가에게 상금 2천만원에 미술가 김영환이 제작한 트로피와 함께 약 한 달 간 갤러리 분도에서 전시를 열어준다. 올해 박동준상 2021 시상식은 11일 오후 6시 갤러리 분도에서 열린다. 전시는 12월 11일(토)까지. 문의) 010-9357-3615.
우문기 기자 pody2@imaeil.com
매일신문 2021-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