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대학을 갓 졸업한 신예 작가 4명의 서툴지만 실험정신이 담긴 작품을 선보이는 ‘카코포니(Cacophony:불협화음) 17’展이 갤러리분도에서 오는 13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갤러리분도는 2006년부터 매년 신진작가 발굴을 목적으로 카코포니(Cacophony:불협화음) 전시를 열고 있다. 젊은 미술인들의 잠재력을 키워 주고자 한 고(故) 박동준 갤러리분도 대표의 의지에서 시작돼 긴 시간 이어 오고 있다. 일반 상업화랑에서 미술대학을 갓 졸업한 신진 작가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향후 작가로서의 삶을 영위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올해도 고인의 뜻을 이어 전시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에 선정된 작가는 김민석, 김지언, 배소영, 정해인 4명이다. 이들은 하나의 통일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 서로 부딪치며 예술적 에너지를 뿜어낸다.
김민석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다양한 생각들을 거침없이 그려 본인만의 독특한 화면을 담아낸다. 한눈에 알아보기 힘든 복잡한 그림을 잠시 들여다보면 상상의 단서들이 담겨져 있는 새로운 생물체가 발견된다. 그 대상은 명확과 불명확 사이의 세계에 살고 있는 미지의 생물로 작가의 낯선 상상에 이끌려 판타지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김지언 ‘아프간 전쟁 중 배식받는’
회색빛의 모노톤으로 담담하게 그려진 김지언의 회화는 과거 혹은 현재의 다양한 사회현상을 이미지화해 다시 기억하게 만든다. 삶의 연속성 속에 수많은 문제가 발생한 상황을 담은 다양한 웹 이미지를 차용해 대상의 색을 제외시켜 모노톤으로 화면에 옮긴다. 축약된 이미지 위에 물감이 흘러 내리거나 흩뿌리는 표현, 물감을 두텁게 올리는 등 다양한 회화적 표현을 통해 작가의 새로운 감정이 이입된다.
배소영 ‘엉킹나무’
배소영은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낀 감정과 감각 그리고 경험을 하나의 대상(밟힌 잡초, 흩어지는 연기, 벌거벗은 나무, 지나가다 깔린 두꺼비, 씻겨 내려간 거품)에 의인화해 연약한 인간을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최근에는 자연에 관심을 두고 시선을 나무로 옮겼다. 연필 드로잉에서 시작된 작가의 감정이입은 수채화로 그려진 색채드로잉으로 연결돼 신체의 핏줄, 멍, 생채기 등의 이미지 형상으로 인간의 단면을 드러낸다.
IMG03]단단한 신체가 녹아내리는 듯한 묘한 표현이 매력적인 정해인의 작품은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덥고 습했던 어느 날, 몸이 너무 무거워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 침대에 누워 그대로 녹아내려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초콜릿, 캐러멜 혹은 주스처럼 흘러내리는 모습으로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삶에 무기력한 자신의 감정을 극복하고 싶은 마음을 스스로 들여다보는 자화상을 그리며 일기를 쓰듯 하루하루를 지켜 나가고 있다.
갤러리분도 관계자는 “이번 전시의 참여 작가는 대학 졸업 작품전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선정했다”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젊은이들의 생동하는 패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