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분도에서 전시 중인 박영훈의 작품
러리분도에서 전시 중인 이지송의 작품
박영훈·이지송의 2인전 ‘블랙 인투 라이트(Black into Light)’가 갤러리분도에서 관람객을 맞고 있다.
2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커먼 미니멀리즘(Common Minimalism)’의 연장선 상에 있다. 서울, 대구, 부산 그리고 다시 서울로 연결되는 아트 로드쇼의 2번째 전시다. 두 작가는 현재 함께 작업실을 쓰는 사이다. 나이 차는 이십 년 가까이 되지만, 그 시간보다 훨씬 오래 알고 지낸 인연으로 이번 ‘투어 전시’에서 처음으로 함께 전시를 한다. 이번에 열리는 네 번의 전시마다 새로운 콘셉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박영훈(57)은 검은 입자가 물질성이 무화(無化)되며 빛으로 변하는 지점에서 스스로 미술의 의미를 드러내고, 이지송(76)은 역으로 빛에서 물질로 되돌리는 과정에서 미술의 의미를 새롭게 탐색하고 있다. 박영훈은 대구 출생으로 한양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했고, 서울 출생인 이지송은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20여 년 간 CF 감독으로 근무했으며 현재 영상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첫 번째 전시에서 두 작가가 감각에 바탕을 둔 미니멀리스트로의 작가적 태도를 보여줬다면, 이번 전시는 각자의 작품으로 원인과 결과를 뒤바꿔서 드러나는 차이를 보여준다.
전시에서는 박영훈의 ‘블랙에서 빛으로’의 사유의 과정과 이지송의 ‘빛에서 블랙으로’ 나아가는 수행의 과정이 펼쳐진다. ‘빛’과 ‘블랙’이라는 원인과 결과를 뒤바꿔서 드러냄과 동시에 두 작가의 작품 세계관이 서로 어긋나면서 부합하는 새로운 조응의 미를 자아낸다.
화이트 벽면에 붙은 박영훈의 평면 작업은 왜 색이 기본적으로 빛에서 나오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형광의 텍스타일이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하고 관능적으로 시선을 끌어당기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무수히 많은 점들이 반복적으로 나열돼 있다. 그 입체적 점들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점들이 겹치며 움직이는 느낌이 들면서 신체의 감각을 홀린다. 작품은 환영이 일어나면서 색과 입체가 빛으로 변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빛 속에서 여타 감각은 해체되고 마비된다.
이지송은 지난 이십여 년 간 길 위를 떠돌면서 영상으로 채집해 제작한 작품들을 해체하고 형식화시켜 제작한 3점의 영상 작품들을 설치한다. 지금까지 제작한 영상 작품들을 이번 작품의 재료나 소재로 삼아 작가 스스로 작품을 무화(無化)시키고 폐기하고 있다. 여태껏 제작하고 전시해온 자신의 작품을 정리하여 새롭게 출발하려는 결의를 다지는 듯하다. 이 과정은 작가가 작품 바깥에 서서 자기 작품 제작의 과정을 내려다보는 일련의 수행처럼 느껴진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