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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큐브 안 빛의 마력…‘블랙 인투 라이트’ 이지송·박영훈 2인전, 23일까지 갤러리분도

갤러리분도 전시 전경. 이지송 작가의 영상 작품.

서울 첫 전시 이어 대구, 부산, 다시 서울 연결되는 아트로드쇼
회이트 큐브 안 빛이 이끌고, 깨우는 매력을 상반되게 보여줘


이지송·박영훈 2인전 ‘Black into Light’가 오는 23일까지 갤러리분도(대구 중구 동덕로 36-15 3층)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Common Minimalism’ 전시의 연장선이다. 서울에서 첫 전시에 이어 대구, 부산 그리고 다시 서울로 연결되는 아트로드쇼의 2번째 전시이다.

첫 전시가 감각에 바탕을 둔 미니멀리스트로서 작가의 공통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면 이번 전시는 각자의 작품으로 드러나는 차이를 보여준다.

두 작가의 나이 차는 20여 년이지만, 같은 작업실을 사용하면서 연은 시작됐고 작업에 대한 태도와 신념이 맞아들어 그들을 특별한 인연으로 이끌었다.

전시장에는 ‘블랙에서 빛으로’와 ‘빛에서 블랙으로’가 화이트 큐브 안에서 상반되게 펼쳐진다.

대구 출신인 박영훈(57) 작가는 형광으로 사람을 매혹한다. 화이트 벽면에 붙은 박 작가의 평면 회화 작업은 색이 왜 빛에서 나오는지 방증한다.

그의 작품은 형광의 텍스타일이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하고 관능적으로 시선을 끌어당기는데, 재밌는 점은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무수히 많은 점이 반복적으로 나열된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갤러리분도 전시 전경. 박영훈 작가의 평면 회화 작품.

확대된 망점처럼 보이는 이런 입체적 점들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점들의 간격이 흐릿해지면서 몽롱해진다.

점들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겹쳐지면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며 신체의 감각을 홀린다.

전시장 한쪽에는 바닥에 놓인 불투명한 텍스타일로 뭔가를 둘러싸고 담은 자루 같은 입체작품도 놓여 있다. 벽에 걸린 텍스타일과 반대로 빛을 발산하는 게 아닌 빛을 흡수하고 있다. 이는 빛을 가두는 환영을 만든다.

작가 이지송(76)의 작품은 영상의 유혹으로부터 사람들을 깨어나게 한다. 서울 생인 그는 홍익대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지만, 지인의 요청에 광고계에 입문해 30년가량 CF 감독을 맡았다.

은퇴 후 자유로움과 예술가에 대한 열망은 꿈틀댔고, 10년가량 홀로 여행을 다니며 작업 활동을 하고 있다.

본인을 여행가이자 작가로 소개한 그는 2012년 미국을 여행하며 기차와 버스 등으로 이동할 때 채집한 영상물을 해체하고 겹쳐 제작한 3점의 영상 작품들을 설치한다.

192개의 영상을 겹쳐 40분가량 진행되는 ‘겹-192’는 2012년 작품이며, 수십여 개의 영상을 겹치지 않고, 촘촘히 세운 2점은 신작이다. 10년 만에 같은 영상을 다른 해체 기법으로 선보인다.

이지송 작가의 ‘여행수첩’ 시리즈.

모든 색을 섞으면 검은색을 띠듯 ‘겹-192 작품’은 자신이 여행을 다니며 직접 찍은 192개의 영상을 하나의 영상 속에 차곡차곡 쌓았고, 형상이 불분명한 검은색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작업물은 마치 영상의 초기화된 상태이자 텍스트 버전처럼 느껴진다.

반면 최근 작인 ‘여행수첩’ 시리즈는 수십가지의 색과 형상을 은은하게 띄고 있다.

이지송 작가는 “추억이 깃든 기록물을 서랍장에 넣듯 여행하며 다녔던 나의 추억과 기억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기 위해서 시작한 작업”이라며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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