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분도(대구 중구 동덕로 36-15)가 11일(월)부터 올해 첫 전시로 설치미술가 김승영 작가의 개인전 ‘Reflections’을 선보인다.
김 작가는 물, 이끼, 숯, 돌, 낙엽 등의 자연재료와 함께 빛, 음향, 사진, 기계장치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작업을 해오고 있다. 특히 기억, 소통, 치유 등 인간의 삶과 감정을 담아낸 작품으로 많은 사람에게 성찰과 위로의 메시지를 준다.
그는 2008년, 2012년에 이어 10년 만에 갤러리분도에서 그의 얘기를 풀어낸다.
그의 작품 중 하나인 ‘슬픔 Sadness’는 반가사유상(국보 제83호)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무너진 붉은 파벽돌, 이끼 위에 슬픈 표정의 부처상이 놓여있다. 아름다움이 빼어난 반가사유상의 미학을 섬세하게 재현해낸 듯 하지만, 오른손의 위치를 마치 눈물을 훔치는 것처럼 옮기고 부드러운 미소의 근원인 입꼬리를 슬쩍 밑으로 끌어내렸다. 숭고한 미소를 가진 반가사유상 속의 슬픔을 드러냄으로써, 우리 삶 속에 만연한 불안과 상실감 등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반가사유상(왼쪽)과 김승영 작 ‘슬픔 Sadness’. 갤러리분도 제공
그의 또다른 작품, 낡은 저울에 올려진 쇠사슬로 만든 뇌도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뇌의 무게를 재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현대인들이 각자 머릿 속에 어디에 무게를 두고 고민하는 삶을 살아가는지를 고민해볼 수 있다.
작품 ‘쓸다 Sweep’는 영상, 설치작품 두 가지 버전으로 나뉜다.
먼저 영상작품 ‘쓸다’를 살펴보면, 새벽녘쯤 한 스님이 사람 키만 한 빗자루로 마당을 쓸고 있다. 매일 새벽마다 스스로를 비워내기 위해 마당을 쓰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수행을 하는 것이다.
또한 설치작품 ‘쓰다’는 관람객 참여를 유도하는 프로젝트형 작업이다. 관람객은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에 덩그렇게 놓인 의자에 앉는다. 책상에 놓은 종이 위에 자신이 비워내고 싶은 마음의 잔해들을 적은 후 구겨서 옆에 둔 쓰레기통이나 바닥에 버린다. 그러면 작가가 그렇게 버려진 종이를 일일이 펴서 공간 한쪽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은 잠시 자기에게 집중하며 저마다의 속얘기를 쓰거나, 그냥 앉아 있어도 좋은 채로 머무르면서 스스로 치유한다.
두 버전의 작품은 행위는 다르지만 마음과 관련된 일로 보는 작가의 시선이 의미가 서로 통하기에 하나의 작업으로 연결된다.
갤러리분도 관계자는 “김승영 작가의 작업에는 인간의 존재론적 조건을 헤아리는 깊이가 있다. 이번 전시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삶을 반영함으로써, 스스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사유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5월 7일(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