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옥순 작가 전시 모습. /갤러리 분도 제공
현대미술가 서옥순 작가 초대전
대구 갤러리 분도서 내달 9일까지
대구 갤러리 분도는 오는 6월 9일까지 ‘경계에 서 있는 실/선’이라는 타이틀로 현대미술가 서옥순(59) 작가 초대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분도가 박동준기념사업회와 함께 지난 2020년부터 매년 패션디자이너 고(故) 박동준을 기억하고 갤러리와 특별한 인연을 맺었던 작가들을 초대하는 ‘Homage to 박동준’의 네 번째 기획전이다.
실과 바늘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유명한 서옥순 작가는 여성의 삶에 대한 고찰과 함께 인간의 ‘존재’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지난 2007년 독일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갤러리 분도에서 ‘존재’란 테마로 개인전을 연 바 있다.
백색 세라믹으로 만든 고무신, 목탁 등은 작가의 유년기를 보듬어주던 할머니의 따뜻한 기억을 순백의 빈 캔버스 위에 검은 실로 한 땀 한 땀 연결해가면서 작가 개인의 서사를 풀어나감과 동시에 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의 변증법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개인적 서사를 넘어 여성의 보편적인 문제, 나아가 인간 내면의 투시로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내용을 확산해 나간 작품을 선보인다.
먼저 단색으로 마감된 화면 위로 일정한 굵기의 선들이 얽혀 있는 캔버스 작업은 흘러내리고 뭉치고, 다시 뭉치고 흘러내리는 실타래의 이미지로 눈에 들어오면서 묘한 공간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녀의 실·선들의 자취는 머무르지 않는 삶의 여정 속에 인간의 욕구와 허상, 눈물 등 복잡한 인생에 대해 아주 단순하고 압축된 조형언어로 보는 이들의 감각을 일깨우게 한다.
볼륨감 있는 캔버스에 색의 깊이와 촉각적 질감을 주는 뜨개질의 매듭이 섬세한 두 번째의 평면 작품에 구사된 그만의 조형방법이 흥미롭다. 작가는 “살아가는 동안 나에게 닥친 수많은 미션들은 나의 실 매듭처럼 하나하나 풀어가며 때론 이것과 저것을 이어가며, 고통과 망각 그리고 그것을 초월한 현재를 살아가게 만들어 준다”고 말한다.
전시장 입구 오른편 공간에는 높이 3미터, 폭 0.6미터 가량의 망사천 여러 장이 일정한 간격으로 아래로 길게 늘어져 있는 설치 작품이 전시된다. 흰색 망사천 위로 검은 실 드로잉이 겹겹이 쌓여 출렁이는 선들이 만들어내는 공간에 한 사람의 모습(박동준)을 아련하게 연출해 오마쥬(Homage) 박동준 전시의 의미를 더욱더 깊이 있게 보여주고자 한다.
경북매일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